기타등등/世上萬思

동네에 난 불.

오체투지해무 2010. 9. 29. 14:01

 

 

동네를 한바퀴 돌며 살고 있는 아파트 쪽을 바라봤을 때 였다.

주택가 위로 흩부려지는 가는 연기.

공터가 있어 누군가가 쓰레기를 태우는 일은 없으니, 집에 불이 난것이라 직감하고 서서히 불이 난 곳으로 향했다.

 

이면도로에서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서는 좁은 길에서 소방차가 요란한 경적을 울려대며 연기가 나오는 곳으로 향한다.

화만 마음 놓고 집안을 휘저어 놓은 듯, 그을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를 주택가 일대 골목길로 연막을 친다.

 

이날 늦게 동네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게 되었다.

 

" 어린 아이 혼자서 라이터로 불장난을 하다 벽지에 옮겼다지."

" 어떤 남자가 프로판 가스통을 메고 내려와서 그집 아저씨인지 알았더니 아니라는거야."

" 다행히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다는데..."

" 글세 소방차에 돈을 얼마 내야 된다는데..."

" 테레비를 보니 돈을 안내도 된대요. 세를 살았으니 집주인에게 변상을 해야겠지."

 

삼십년은 되었음직한 주택 삼층에 불이 났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며 들은 이야기로는 다행히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단다.

진짜 살기 어려운 시절, 추석을 앞두고 이렇다 하게 돌봐주는 어른 하나 없이, 혼자 있던 아이가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화제.

비록 화제는 났지만, 사람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삼고 열심히 살아 가기를 바란다.

 

내 마음에 ' 깐데라 깐데라.' 라며 불이 났었던 적이 있었다.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노래 처럼, 나혼자 끌수도 없어, 저절로 타는 데로 놓고 볼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적이 있었다.

그리고도 살아 남아 있는 것이 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