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世上萬思

산에서의 안전사고, 조난사고

오체투지해무 2010. 5. 6. 17:49

하이텔 캠핑란에 썼다,  월간 ' 사람과 산'에 게제 되었던 글입니다.

제  목:##산에서의 잦은 사고소식을 접하고##             관련자료:없음  [140]
 보낸이:정윤배  (YB63    )  1997-07-23 14:23  조회:275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산에서의 사고를 접하게 된다.     연초 아비귀환 같던  설악 공룡릉에서의 조난소식, 2월달 설악산 쌍천 노루  목에서 토왕성을  바라볼때 올라가던 헬기를 무심히  보고 있다 이튼날 들은   토왕폭에서의 추락사  소식, 월악산 신선폭에서, 심지어  드라마"산"을 찍다가   발생한 탤런트 홍리나의  추락 다행히 나무에 걸려 전치  18개월(18주가 아니  다)의 치료를 요하는  사고발생등 등산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사고 또  한 빈번해지고 있다.

 

    3월 초순경 원효-만경대릿지를 찾았다가 이러한 등산인구 저변확대에 따른  위험스러운 현상을 목격할수가 있었다.   봄이라곤 하나  북서풍이 부는 응달이나 바위 틈 곳곳엔 얼음과 눈이 박혀  상당한 위험요소들로 성급한  상춘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맞아들이고, 평지와는  다른 매섭고 추운 바람은 춘심에 들뜬 사람들에게 저체온증이라는 달갑지 않은 선물을 선사하고 있다.


    일요일 오전 원효릿지길은 백운대 오름길 만큼이나 붐비기 마련이다.    몇십년을  이길만 다녀 원효도사라는 말을 듣는 4~50대  아저씨를 비롯,  이제 좀 릿지에 맛을 알고 서울  근교 이곳 저곳 암릉을 찾아 오는 사람, 사람들이  우르르 오르니 이들 인파에 묻어  오르는 사람등 각양각색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복장 또한 가지가지이다.


    등산학교에서  배운대로 안전벨트에 안자일렌을 하고 암벽화에 안전모까지 갖추고 오르는  40대 아저씨, 9미리 보조자일로  애인허리에 보올라인 매들을 하고 오르는 산을  다녔던듯 싶은 30대 초반의 남자, 금방  밭을 매다 온듯한 복장에 코팅고무장갑에  릿지화를 신은 7학년3반 이른셋 되신  어르신(이른바  원효도사, 포대도사라고  부르는 분들이다, 복장은 허술해 보이지만  이분들은  하도 이곳을 찾아  왠만한 바위꾼들도 확보를 하고 오르는곳을 그저 계단 오르듯 쉽사리  오르내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런 반면에 청바지에  무릅까지 오는 등산양말에 경등산화에 무슨 무슨산악회라고 쓰여있는 로고나  무슨 무슨 스포츠라고 쓰여있는 조끼를 입고 얼떨결에 쫑아온 사람, 시내  길거리에서 보기에도 육중해 보이는 창이 5센티도 넘어보이는 도날드 덕슈즈를 입고 오르는 아가씨등 각양각색이다.


    원효릿지의  대부분이 도보산행이지만 7~8군데  초보자들의 곡소리가 나는 곳들이 있다. 7~8미터 V자로  홈으로 파인 바위, 홀드와 스탠스가 확실해 차분히 내려서면 아무 문제없지만 고도감에 팔과 다리를  믿을수 없는민탈(face), 자칫 균형을 잃으면 저  밑에 북한산계곡까지 땀한방울 안흘리고 내려설수 있는 곳 비탈(slab)등, 동행한 경험자이거나 주위  다른 전문산악인들의 도움으로 곡소리를 내면서 오르고 내릴수가 있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말바위 크랙이나 우회로인  개구멍에선 5~60미터의 고도감은 자주 다닌  지금에도 심리상태가 불안하면 그 빨릴듯한 고도감으로 심호흡을 연신하면서 가야하는 곳이 있다. 이곳까지도  확보를 위아래서 봐주면 초보자나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라도 움직일수가 있다. 너무 겁을  먹어 그자리에 얼어붙듯   덜덜떨며 이른바 오토바이라고  겁을 먹어 전신을 사시나무떨듯 떠는 사람이 나타나면 짜증나는 정체현상에도 불구하고 동행한 일행들이나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기도 한다.


    말바위를 지나 백운대 약 100미터 전 자일을 이용한 하강과 크랙을 이용한 크라이밍다운을 해야 하는 곳이  있다. 일요일이면 4~5시까지 상습정체지역이며 배꼽을  잡고 웃을만한 에피소드며, 간담을 서늘케하는  장면들이 속속 연 출된다. 


    연세가 드신 원효도사님들은  안전벨트를 거의 착용하지 않고, 군대에서 배운 급조레펠  하강하듯 허리확보만으로 뛰어내리듯 무사히  뛰어내린다. 또한  현수하강이라해서 몸에  S자로 자일을 감아 그  마찰력을 이용해 하강속도를 조절해 나가기도 한다.(10수년전 8자하강기나 디센더가 보급되기전 삼베를 댄   크라이밍조끼는 전문산악인의  위용을 나타내는듯 일반산행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아줌마,아저씨들  산악회에 입단하면 의레적으로 청계천피복조합에서 만들어진  이른바 등산조끼들을 입고 다녔으며, 그  여파로 지금도 담배주머니 외엔 아무  필요도 없는 등산조끼를 여름에 등에 땀이  차나, 겨울에 방풍이나 보온에  하등 도움도 주지 않는데 너나  없이 걸치고 다닌다.) 담력이 좋고 평행감각이  어느정도인 사람들은 7~8미터의 크랙과 개구멍으로 무사히  이구간을 지나간다.

 

    북한산,도봉산을 다닌 사람들은 줄잡고 바위를 오른다고  생각한다. 그럼 그 줄은 누가  깔아놓았는지 인수봉 선인봉은 사람이 손을 대고 올라가려고 맘을 먹으면 산신령님이 도술을 부려 없던 줄을 내려주시는지  한번의 생각도 안하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줄잡고 올라가면 나도 올라간다라고.

 

    뒤돌아보니 저 위험한 봉우리들을 지나왔는데 이 까짖것 하면서 용기를 내어 다른사람들이 던져놓은 자일을 잡고 내려서는 20대 중반의 청년, 막상 1/3  지점을 내려오니 하늘이 노랗고  위,아래서 요령을 알려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기소리처럼 웅웅거리기만 하고,  팔다리에선 처음 담배  배울때 사지의  힘이 빠져 나가듯 힘이 쏙  빠져나가는게 느껴진다. 도대체 자기가 여기에 왜  매달려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순간 바위밑으로 주루룩 줄을 잡고  미끄러저 나간다. 7~8미터지만 손바닥은 마찰열에 의한  화상으로 살갗이 벗껴지고,  떨어진 충격으로 발목을  삐긋하면서 온몸에  한기가 와 닿는다.

 

    명퇴,조퇴당한  친구들과 오랫만에 만나 전망좋은  바위에서 팩소주 한잔씩을 한 아저씨는 늘 다니던 하강길이라 친구들에게 산행경력에서 나온 실력을  뽐내기 위해 허리확보를 하고 설핏  뛰어내리듯 하강을 한다. 몸에 균형을 잃는 순간 자일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가한다, 한쪽으로  몸이 돌아가며 추락은 면했지만 한쪽얼굴이나 어깨등이 바위와 거침없이 충돌한다.

 

    모처럼 산행경력이 풍부한 직장선후배들과 산을 온 이 아가씨.  도봉산,북한산 쯤은 동네뒷동산이다.  산을 다니면서 주어들은거는 많고, 바위타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고해서 학교  다닐때 산악부였다느니, 안해본 운동없이 다해봤다 느니  걱정하는 일행에게 큰소리를  친다, 안전벨트에  8자하강기를 채워주는  동료에게 이쯤이야하면서 하강을 시작한다.  한데 중간에 자일을 믿을수가 없다. 남들은 죽죽 잘만 내려가는데  자일을 쥐고 있는 손엔 체력장 턱걸이에서 힘을 주듯  힘이 들어간다.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한다. 코스를 이곳으로  잡은 잘난체하는 선후배가 원망스럽고 겁이나 급기야 울음을 터트린다.

 

    위에  열거한 몇가지 예등은  실지로 일어난 일들이다.  그들의 심리상태야 추정한것이지만 이와  같은 비슷한 일들이 매주 말  북한산,도봉산 암릉 일대 에서 비일비재 벌어지고 있다.

 

    지지난주엔  북한산 원효릿지에서  두건의 사고,  도봉산 포대능선상에서의 사고, 지난 주  선인봉 은벽길에서 하드프리로 3피치(1피치는 대략 40미터)를  오르던 중 추락 즉사.  피씨통신을 통해 들은 선인봉에서의 사고경위는 젊었을때 선인봉에서 뛰어 다녔다고 하며  아무런 확보 장비없이 3피치  약 120미터를 오르다 추락했으며, 지나다  그사람 오름짓을 보고 뒤쫏아 오르던  사람은 추락하는것을 목격하고 오도가도 못하다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구가 인간에게준 이루말할수 없는 선물 중에 하나가 중력이다.  중력이 없다면  중력을 이용한 모든 현상으로 벌어지는 혜택 중 놀이에 대한 즐거움은 존재하지 않았을것이다.  공놀이도 기계체조도 어떤 모험을 즐기는 스포츠도 중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다.


    거칠고 험한 산을 한발 한발 내딛는다는 것은 자기와의 투쟁이자 중력과의  싸움이다.  산을 올랐을때의 성취감은 무엇과 비교할수 없다. 마치 짧지만 인생역경을 이겨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할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이든 추상적이든 오르고자 하는것은 인간본연의 욕구이다.   도보산행에서 느끼지 못하는 짜릿한 쾌감이 분명 바위에는 있다.  가슴이 터저나갈듯한  공포감과 몸안에 있는 모든 신경세포로 전해지는 긴장감, 팽팽히 부풀어 올라 바위처럼 단단해져오는 근육들, 어떻해 될것인가하는 불안감등을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능력이 어디까지인가를 시험해보는 승부욕, 자신의 체력과 이러한 감정상태를 통제하는 정신.


    체력과 정신으로 가다듬어진 힘차고 부드러운 몸짓.   피할수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 몰고 들어가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유일한 동물.  인간.....

 

    길을  걷다가도 보도로 뛰어든  차량으로 생명을 잃거나,  중상을 입을수도  있다. 


    산을 다니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 추락사, 동사 등 그 위험한 산이 무섭지 않소?"
    산 다니는 놈이 대답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대 혹은 이부자리에 누워  죽음을 맞소. 그런 침대
  나 이부자리가 당신은 두렵지 않소?"

 

 

    통계수치 상으로 차를 타고 가거나 보도를 걷다 사고를 당하는 것 보다 등 산사고는 현저히  낮다. 그만큼 사고에 대한 대비와  안전의식이 높기 때문이다.   지구가 선물한 중력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가지고 즐기수 있는 행위, 등산. 사전지식과 능력에  맞는 산행코스를 잡는 다면 거칠게 내뿜는 숨소리에서 자신이 서있는 곳을 확인할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서울 근교 암릉이나 암벽에서 바위만이 줄수 있는 쾌감을 주위 가까운사람에게도 맛보게 하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단, 동행하고자  하는 산행능력이나 체력, 심리상태등을 파악하고 안전장구류등을 지참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