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교는 고교시절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지금은 없어진 육교며, 시험이 끝나면 짬뽕국물에 소주 잔을 기울이던 중화요리 성북관, 복개천, 라면집, 야채호떡, 카프리교복센타, 85번 버스, 멋은 모르지만 세상 알 것은 다 알아 버린 10대 후반의 청춘들이 휩쓸고 다니던 그 거리. 몇 해 전 체육대회를 치루느라 찾아 갔던 모교는 30 여 년 전 그 모습 그대로이다.
그 중 나폴레옹 제과는 3번의 건물 이전을 하고 지금 이곳에 터를 딱아, 강북 일대 소문난 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교가 첫머리를 장식하는 옛성터 저 너머로 향하는 고교동창들과의 서울 성곽 산행길.
찍어주기만 했지,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어 본 것도 모처럼 만이다.
불어버린 몸, 톡톡 튀는 말솜씨로도 감출 수 없는 나이가 드러나 보인다.
말바위쉼터에 목책 계단을 오르다 이제 사진찍기에 빠진 친구의 카메라에 난생 처음 V를 날려 보낸다.
친구의 시선이 편안해서 일까?
막상 자신이 누군가의 피사체가 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굳어지는 습관에서 벗어나게 된 날이다.
누구는 요정집 삼청각을 이야기 하고,
누구는 길상사를 이야기 하고,
누구는 북악스카이웨이를 이야기 한다.
동창 카페 프로파일로 쓰일 사진을 부탁 받고 나름 신경써서 찍는 내 모습이 어쩐지 생소하다.
이른 아침 부스스한 머리를 감추려고 십여년 만에 두건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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