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 한성여대역(삼선교)를 출발 지점으로 삼은 것은
고교시절 등하교길을 동창들과 함께 거닐며 그때 그시절 추억담을 나누고 싶어서이다.
고교배정을 받아 학교를 찾아 가는 길 부터 시작해서,
질풍노도, 아노미현상을 겪으며 지냈던 악동들의 이야기.
성북동에서 혜화동으로 넘어 가는 고갯마루는 기사식당으로 유명해진 돈가스식당이 있는 곳.
서울 성곽길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곽을 따라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성곽과 계단 사이 철을 달리하는 꽃들로 조경이 이루어져 있다.
명자꽃, 철쭉과 진달래의 차이, 때늦게 피는 수수꽃다리(라일락)의 향을 맡으며,
이 꽃의 이름이 미스김라일락이라고 불리게 된 연유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서울 성곽이 주목 받게 된 것은 2007년 사전예약제로 통행이 가능해 지면 서다. 인터넷 혹은 전화로 사전 예약과 통행인원의 제한 등으로 멀어졌던 것이 간단한 신분 확인절차로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서울 성곽은 서울시민의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발길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남산에 오르거나, 북한산 주능선 상에서 바라보던 서울의 전경과는 한층 더 서울 깊숙한 곳을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서울 성곽의 출발지로 잡은 것은 혜화동과 성북동을 넘는 현 서울과학고 자리. 사적 제 10호 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왕복 이차선 도로와 성곽 사이 한쪽 곁에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출발 자하문고개로 알려진 창의문까지 예정시간은 약 2시간 30분. 인왕산을 넘어 사직공원까지 이어지는 것이 서울성곽 중, 산지 성곽이 차지하는 부분이지만, 인왕산 코스 까지 이으려면 평소 산행으로 단련된 사람이여야 한다.
성곽의 들머리는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의 돌계단과 경사진 흙길이다. 성곽 우측에는 성북동 일대의 주택가들과 먼발치의 팔각정을 품고 있는 스카이웨이가 눈에 들어온다. 와룡공원을 지나면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성곽 밖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길은 나 있다. 목책계단을 올라서면 숨을 한번 쉬어가야 한다. 목책계단은 전망대 구실도 하고 있어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에 서 있다. 잘 가꾸어진 소나무 숲을 지나면 숲에 가려진 말바위 쉼터가 자리한다. 이곳에서 방문 목적과 인적사항, 신분증을 확인 한 뒤 패찰을 교부 받는다. 패찰은 창의문 쉼터 혹은 홍련사 쉼터 등을 통해 성곽을 빠져 나갈 때 반납하게 되어 있다.
서울의 북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숙정문까지는 완만한 오름길.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한낮에도 태양을 피할 수 있을 만하다. 숙정문은 남대문인 숭례문(예를 숭상한다는 뜻)과 대비해 ‘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 문은 사람의 출입의 목적이 아니라 4대문의 격식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가파른 산 능선 위에 자리 잡고 있어 평시에는 굳게 닫혀있었다고 한다. 가뭄이 심할 때는 남대문을 닫고, 이 곳 숙정문을 열었다고 한다. 북쪽은 음, 남쪽은 양이라는 의미에서 기우제를 통해 비를 불러들이기 위함이다. 숙정문 성루에 올라서면 요정정치의 산실이었다 음식점으로 거듭난 삼청각이 눈 아래 들어온다.
숙정문 앞에서 일행.
거리의 벚꽃이 질 무렵에야 꽃이 만발한 산벚꽃 사이로 삼청각이 눈에 들어온다.
디지탈 카메라에 취미를 붙인 친구의 카메라 확인창을 보며 즐거워 한다.
곡장과 백악마루로 이어지는 성곽의 유려한 곡선이 가장 빼어난 구간.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으라는 옛말이 있다.
언약이라도 꼭 지켜야 한다는 이 말의 연유를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중국 진시황 시절 만리장성을 쌓기 위해 건장한 남자들의 소집 명령이 떨어졌다.
소문에 의하면 워낙 큰 공사라 다치기도 많이 다치고, 죽기도 많이 죽느다고 알려져,
만리장성 공사에 소집된 남자가 있는 집안은 곡소리가 났다.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 한쌍의 남편에게도 소집 영장이 날라 들어왔다.
기가 막힌 부부는 둘이 껴안고 울음소리가 담장을 넘도록 슬피 울었다.
지나던 나그네가 그 연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남편이 만리장성을 쌓으러 가게 되었다는 것.
이야기를 듣던 나그네가 제안을 하게 된다.
" 부인의 아름다움에 반해, 부인과 하룻밤 연을 맺게 해준다면 신랑 대신 내가 만리장성을 쌓으러 가리다."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던 부부는 나그네의 제안을 받아 들이기로 한다.
하룻밤 눈을 질끈 감으면 평생을 부부가 같이 살 수 있게 된다.
나그네는 부인과 하룻밤을 지낸 뒤 남편을 대신해 만리장성을 쌓으러 가고,
이들 부부는 백년가약 맺은데로 평생을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으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운대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남산타워와 광화문거리가 유독 눈길을 끈다.
백악마루 정상석 위에서 앞으로 가야 할 인왕산을 바라보는 일행.
와룡공원과 창의문 사이 성곽길의 정상이다.
창의문에서 백악마루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급경사.
사직공원을 출발, 인왕산을 거쳐 자하문에서 점심식사를 할까 하다,
식사 후 가파른 길이 부담스러울 듯 해, 산행 기점을 한성대역 쪽으로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쉼터에서 백악마루까지는 이제까지의 오름길 중 가장 가파른 길. 해발 342미터의 나지막한 높이 이지만 서울의 진산답게 조망이 뛰어나다. 멀리는 동쪽의 천마산, 화악산에서 관악산, 청계산, 서쪽에는 인천의 계양산 까지 수도권 주변의 그 어느 산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보여준다.
백악산에서 창의문까지는 커다란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평소 운동으로 단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무릅 관절과 함께 낙상에 주의하여야 한다. 쉼터에서는 주위 경관도 감상할 겸 발품을 쉬어가고, 내리막길에서는 오르막길 보다 더 주의해야하며, 보폭을 짧게 잡는 것이 요령. 탐방안내소 역할을 하는 창의문 쉼터에 패찰을 반납하면 실질적인 서울 성곽 탐방 코스는 종료된다. 쉼터 옆에 자리한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 역할을 한다.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이곳 계곡에서 이름이 비롯된 자하문으로 더 알려져 있다. 태종 때 풍수학자 최양선은 “ 창의문과 숙정문은 경복궁의 양팔과 같으므로 길을 내어 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에 문 앞에 소나무를 심고 통행금지를 했다고 한다.
자하문으로 알려진 창의문 앞에서 일행.
백악산 성곽길을 마치고 점심식사 전 반주 한잔.
IMF 무렵 생긴 만두집이 이젠 제법 규모를 갖추고, 유명 만두집이 됐다.
만두국 한 그릇에 만원, 삼천원 하는 막걸리를 오천원이나 받는다.
자하문고개 일대 카페촌을 주마간산 구경하고,
잘 볶은 원두향은 코로만 마시고 부암동 주택가로 접어 들어 인왕산 들머리로 접어선다.
안평대군이 살았던 무계정사와 근대문학작가 현진건 집터에 대한 짧은 설명을 마치고,
초행길이면 찾기 힘든 대나무 사이 숲길로 인왕산으로 접어든다.
배불리 먹은 점심에 짧지만 가파른 경사로 다들 힘들어 한다.
이럴때 산행코스를 잡은 사람으로 미안한 감이 들지만, 어쩌랴 나름 최상의 선택이었던 것을...
힘들지만 힘든 내색 하나 안하고 거친 숨을 내쉬며 하연 연꽃을 닮았다는 백련봉 날등에 올라선다.
발 아래 부암동, 세검정 주택가와 멀리 북한산 비봉능선과 문수봉, 보현봉이 수려한 자태를 보여준다.
슬랩 연습바위 위에서 오전에 오른 백악마루와 청와대 일대를 조망해 본다.
" 햐~ 저길을 우리가 온거 아냐."
" 이렇게 보니 장관이네."
" 오늘 많이 걷는다, 많이 걸어."
" 이렇게 인왕산을 와보는구나."
발아래 펼쳐진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산행의 보람을 이야기 한다.
기차바위 위에서 수학여행 시절 취하던 포즈를 취해봤는데...
인왕산 정상에서 서울 시내를 배경 삼아
인왕산 일대 곡장의 성곽공사로 성곽길을 따르지 못하고,
약수터로 우회해서 내려오다 만난 산벚꽃.
서촌 일대 갤러리를 둘러보자는 제안에는 시큰둥, 다들 귀가를 서두른다.
집으로 향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떡본김에 제사지낸다는 생각으로
간만에 서촌 갤러리가를 혼자 둘러보기 한다.
갤러리 팩토리, 쿡스트독, 팔레드 서울... 얼마 전 열었다는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바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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