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구석구석/서 울

인왕산과 서촌 갤러리가 산책

오체투지해무 2010. 1. 19. 01:28

자하문에서 부암동 주민센터까지는 약 200 여 미터. 길가의 자그마한 카페에는 주인의 개성이 잘들어나 있어 거리 풍경의 운치를 더한다. 사직공원을 출발 서울 성곽을 따라 인왕산을 올라 부암동에 도착하려던 계획을 역순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부암동 주민센터가 있던 주변은 몇해 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내사랑 '삼순이'에서 삼순이가 살 던 동네.

 

드라마 방영 시 일대 가게들이 문을 닫을 정도로 죽어있던 거리가 드라마 방영 탓인지,

인사동, 삼청동 일대 포화 상태를 이룬 카페와 음식점 탓인지 부암동 일대에도 주인의 톡톡 튀는 발상을 살린 카페가 인기다.

 

현진건 집터라는 표지석이 있던 곳은 세종의 세째 아들 안평대군이 무계정사라는 집을 짓고, 권력에서 소외 당한 세월을 보내던 곳. 어찌어찌 하여 현진건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중국의 무릉도원을 떠올리며 안평대군이 기거 했다는 무계동의 고옥도 관리가 되지 않아 헐었다.

 

원주민이자 지역유지인 오원장이 거리와 골목, 눈길을 끄는 건물 건물 한 채마다 설명을 해준다.

 

부암동 약수터를 향하는 길은 사유지로 얼마 전 까지 통행이 금지되었다, 땅주인의 배려로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비록 약수터는 음용불가 판정을 받아 패쇄되었지만, 한 때 주민들의 원기를 북돋아주는 음용수가 되어 주었을것이다. 동네를 벗어나 약수터를 오르는 길 주변 양쪽에는 중부지방에서 보기 쉽지 않은 대숲이 조성되어 있다. 길 양쪽 집들의 사생활 보호는 물론 운치를 더 해준다.

 

약수터에서 기차바위가 있는 능선까지는 인왕산 오르는 코스 중 가장 가파른 곳. 눈이 쌓여 미끄럽다는 핑계로 몇 발자국 옮기지 않고 멈추기를 거듭하는 친구의 부실체력. 등산이라고 전혀 다니지 않은 가정주부 보다 못한 체력이다. 별도의 유산소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을 터이니,  산행의 묘미에라도 빠져 체력을 다져야 지리산이고 설악산이고 함께 할 수 있다.

 

자하문 고개 위에서 오른 탓에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인왕산 능선에 올라선다.

바위로 이루어진 인왕산 능선 중에 전,후 조망과 암릉미가 펼쳐진 기차바위에 도착했다.

 

북서쪽에 자리 잡은 북한산 능선의 암봉과 이름의 유래, 북한산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지만 별로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다. 후에라도 산에 취미가 붙고, 산을 알고자 했을 때  설명했던 북한산의 기억을 떠오르게 된다면하는 바램이다.

 

 

 

겸재 정선의 자하문

 

자하문 좌,우측에는 현재 서울성곽으로 이름 지어진 돌로 쌓은 성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4차선 도로로 이루어진 길의 형태가 당시에도 존재 했음을 짐작해본다.

인왕산에서 자하문으로 내려오던 능선에서 뒤쪽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기차바위.

그 위에 젓꼭지 처럼 튀어나온 바위가 부암동 동네 이름으로 유래가 된 부침바위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자하문고개에 있던 부침바위를 박정희 정권시절 궁정동 안가를 지으며 사용했다는 말도 전한다.

 

 

 

 

 

 

 

눈이 쌓인 기차바위에서 오미선과 김태휘.

 

인왕산 정상 보다 이곳에서의 전망이 더 뛰어난 것은

서울 성곽을 중앙으로 시내와 북한산의 암봉과 능선들을 두루 조망해 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춰서이다.

 

 

인왕산 정상에 마련된 식탁과 의자에서 준비해온 커피와 홍삼차, 호두과자를 먹는다.

호두과자 이름이 코코호두과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호두과자 보다 앙금도 많이 들고,

호두도 제법 실하게 들어 맛있다.

 

코코 호두과자는 모르지만, 코코샤넬은 조금 안다고 했더니

코코 샤낼도 널 아냐는 질문에 당연히 모른다고 대답해 웃음 한소끔 우려낸다.

 

인왕산 능선에는 이렇다하게 바위들이 제법 많이 솟아서 제각각 이름도 많이 붙어 있다.

그 중 사직동 쪽 성곽을 따라 걷다 우측에 서 있는 선바위는 일제시대 남산에 세워져 있던 국사당을 옮겨 온 것.

조선 개국 태조 때 부터 국가의 큰일 앞에 제를 지내던 곳이었는데,

일제시대 신사를 짓는다고 헐어 현재의 위치에 국사당이 서게 된것이다.

 

기감을 느끼기 위해 선바위 주변에 가 본 적이 있다.

신내림을 받는 대신 탱화를 즐겨 그리는 선생과 한 번,

무속신앙과는 상관 없는 친구들과 한 번 찾았는데, 상당히 강한 기감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운이 선명하고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아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요즘도 국사당 주변에서는 개인의 기복을 비는 굿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있다.

 

인왕산을 내려서 국사당 구경을 시켜줄 계획이었으나,

성곽 보수공사로 2010년 12월 말까지 통행 금지되어 있다.

 

인왕산 약수터로 내려서는 길을 택했다.

숲이 우거지고, 해가 짧게 비취는 탓에 아이젠을 하지 않으면 내려가기 쉽지 않게 빙판을 이루고 있다.

 

약수터 못미쳐 범바위, 해골바위가 있다는데 눈에 들어 온 것은 해골바위 뿐이다.

인왕산 약수터 주변에는 근린공원 체육시설과 비슷한 운동기구가 준비되어 있어,

고단한 발을 쉬어가며 몸풀기를 한 번 씩 해본다.

 

 

조선시대 부터 있던 국궁장인 황학정을 뒤로 하고,

사직공원과 사직단을 거쳐 출발점인 경복궁역으로 향한다.

 

먹거리 골목과 자그마한 난전이 열리는 체부동 시장을 거치면서

홀로 이남해 홀홀 단신 평생을 이곳에서 살며 모은 돈 전액을 기부한

93세의 기름떡뽁기 할머니에 대해 얘기해줬다.

 

" 할머니 제 본적이 체부동***번지에요 아버지가 낳으신 곳이지요."

혜교를 닮기도 하고, 장쯔이를 닮기도 한 눈매 서늘한 여자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느린 걸음으로도 2시간 남짓 인왕산 산행은 산행이라기 보다 산책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사직공원으로 올랐다면 운동량이 됐을텐데, 그 반대로 진행하는 바람에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바쁜 오원장에게 이왕 나온 김에 서촌 갤러리가를 둘러보기로 한다.

 

  

2009.11 촬영

 

옆집 갤러리 2009. 11 촬영

 

 

갤러리 팩토리 2009. 11 촬영

 

커피 숖 mk2 2009. 11. 촬영

 

경복궁을 중앙에 두고 서쪽에 자리잡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서촌은 몇 해 전 부터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가 들어오면서 활기를 띄는 동네.

 

인사동, 삼청동에 이어 멋스러운 동네로 거듭나고 있는 곳.

통의동이나 창성동 일대 카페를 겸한 목로주점을 내보고 싶다.

 

조경하는 김태휘나 미술하는 오원장이나 함께 갤러리 산책을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코드가 맞는 다면 발품 팔아 찾는 것이 마냥 즐거운 일이지만,

취향이 다르다면 돈 받고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화랑가 산책이다.

 

나름대로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던 탓일까?

찾아가는 갤러리, 들어서는 골목길 마다 신선해하고 흥미로워 한다.

 

http://factory483.egloos.com   Gallery FACTORY -> 누구나 꾸는 꿈 작가 김주현과의 대화

 

갤러리 팩토리에서는 선그리기 습작과 함께 버티컬 조경시설물이 전시되어 있다.

몇 주 전 북한산을 찾았다가 통의동 일대를 둘러보다 우연히 찾아 간 곳인데,

분무기로 화초에 물을 주고 있던 작가 선생님의 짧은 자기 소개와 작품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태휘에게 도움이 될 듯 싶어 관람하게 되었는데,

마침 작가와의 대담이 마련되어 유익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PPT자료를 통한 작품 소개와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화두를 관람객에게 스스럼 없이 던지고,

무차별 던져지는 질문에 담담하지만 애정어린 답변은 작가에게 매료당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명함을 교환하고,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작가의 평생 화두가 될 작가 본인의 책자를 두권이나 선물 받았다.

좀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눌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은 작가 김주현.

그에게서 누구나 꾸는 꿈에 대해 얘기 듣고 싶다.

 

통의동과 창성동을 나뉘는 거리를 거닐다, 옆집갤러리와 쿤스트독.space 15th, palais de seoul을 둘러봤다.

삼청동 학고재와 사진 갤러리 두어곳을 더 들릴 계획이었지만

문을 닫을 시간인 듯해 이것으로 갤러리 산책을 마치기로 한다.

 

체부동 시장에서 녹두를 갈아 만든 빈대떡과 들깨수제비, 막걸리로 간단한 뒷풀이.

 

각자 부모님 고향이 이북인 오원장이 김태휘에게 김치를 싸서 보내겠단다.

맛이나 보여 줄 요량으로 싸주나 했더니 세포기 정도는 되는 듯 하다.

옆에 있다 연평도 어리굴젓 한 보시기를 곁들여 얻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