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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관음사-연주암-서울대 심설산행

오체투지해무 2010. 1. 10. 06:31

 

산행 초보인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관악산으로 당일 산행을 하기로 했다.

분당과 목동에서 교통이 편리한 사당역에서 시간 닿는 친구들 셋이 만났다.

 

널널산행이라고는 하나 경기 오악에 들어가는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이 지척인지라 서울 남부에 자리 잡은 관악산으로는 오랜만의 산행이다.

참고로 경기 오악이라함은 관악산, 운악산, 화악산, 감악산, 송악산으로 바위가 잘 발달되어 있어,

산행 시 악소리가 절로 나는 산으로도 알려져 있으나 코스에 따라서는 가족 트레킹을 나설 만한 곳이기도 하다.

 

11시, 사당 전쳘역 만남의 광장.

든든하게 입고 왔지만, 연일 계속되는 맹추위로 지하역사를 휘도는 추위가 만만치 않다.

평생 금융인 지한이가 먼저 도착하고, 시간을 꼭 맞춰 조경인 태휘가 도착.

 

사당역에서 관악산으로 접어드는 들머리는 갈 때 마다 혼동하기 쉽상이다.

주택가 골목 사이로 어느때는 텃밭 사이로 산에 접어들고,

어느때는 절로 난 도로를 따르다 관악산 품안에 안기고 한다.

 

연립주택과 아파트 사이로 난 길에는 주말을 이용한 등산인파들이 줄을 잇는다.

그들과 함께 관악산 들머리로 들어섰다.

 

106년 만의 폭설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 몇 일 전에 내린 눈이  등산로 주변에 그대로 쌓여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아이젠을 착용하려는데, 태휘 몫으로 준비한 아이젠의 고무줄이 오랜 세월 삭아 끊어지고 말았다.

등산로 입구 등산소품 노점상에게 산행이 잦지 않는 태휘에게 원터치 가벼운 아이젠을 권해주고,

지한이의 투터치식 아이젠을 신을 수 있게 알려준다.

 

아이젠은 미리 집에서 자기 등산화에 맞춰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운 날씨에 눈밭에서 조절하느라 애를 먹는다.

 

3~40명의 4050산악회가 들머리 인근에서 산행 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있다.

저들과 함께 가면 여러가지로 골치 아파진다.

30명만 되도 앞, 뒤 간격이 2~3미터로 벌어지면 금방 그 줄은 100 여 미터로 길어진다.

선두와 후미의 체력이라도 차이나면 그 이상도 벌어지고, 친목 성향이 강한 산악회 특성 상 등산로에서 엄청 시끄럽게 떠들어 된다.

나름 산행코스를 알지못해 산악동호회를 찾기는 하겠지만, 등산로에서 떼거지 등산인파를 만나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짜증으로 와닿는다.

 

공교롭게도 그 떼거지 산악회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휴식을 핑계로 산악회를 산으로 올려 보낸다.

운동으로 다져진 지한이와 달리 태휘의 체력이 금방 바닥을 들어낸다.

격한 운동을 통하지 않은 탓에 호흡이 엉키고, 보행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한다.

호흡조절과 워밍업 둘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낮은 산이라 해도 힘들 수 밖에 없다.

 

관음사를 우회하고 선유약수터에 도착했다.

혈색이 걷친 태휘의 숨을 고르는 동안 지한이는 평행봉과 푸쉬업, 턱걸이 등으로 체력을 과시한다.

오십을 목전에 두고도 군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지한이는 살 안찌는 체질인 듯 하다.

 

 

지한이가 준비한 귤과 신선이 노닐었다는 약수물의 원기를 받아 출발.

능선으로 이어질 때 까지 꼬박 된비알이니 숨이 턱에 차는 것은 마찬가지다.

숨이 턱에 차 오를 때 쯤이면 태휘가 뒤에서 보이지 않는다.

 

산행으로 체력이 단련된 사람도 그 날의 건강상태에 따라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하고, 몸이 가볍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다.

거의 운동을 하지 않은 태휘에게는 극한의 체험일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진행 속도를 태휘에게 맞춘다.

그러니 땀이 날 틈이 없다.

 

하마바위를 지날 때 쯤에는 제법 심설산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등산로에 눈이 제대로 쌓여 있다.

스틱을 가져 오지 않아 아이젠을 할까 말까 하다, 수술한 발에 통증이 금방 오는 이유로 아이젠을 하지 않고 가는데 까지 간다.

 

오르막에서는 아이젠 착용한 사람과 차이가 나지 않는데, 내리막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을 좀 써야 한다.

때로는 네발로, 때로는 엉덩이 썰매를 타기도 하며 능선 상 짧은 내리막을 내려선다.

 

연주암에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저질체력의 태휘에게 무리일 듯 싶다.

바람이 잦아진 틈을 타, 하늘하늘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마당바위에서 점심식사를 나눈다.

 

" 이 동네는 무슨 김밥이 2,500원이냐, 우리동네는 천원하는데..."

" 요즘 천원하는데는 거의 없어지고, 천오백원 정도 하지. 그래도 2,500원이면 비싼편이다."

" 아줌마 한테 물어봤더니 쌀도 국산쌀을 쓰고, 내용물도 천원김밥과 비교가 안된단다."

 

우리가 마당바위에 자리를 하자, 때를 같이 하는 등산객들이 주변에 자리를 깐다.

꺼내든 김밥과 함께 한 컵라면으로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되어준다.

산고양이 두마리가 등산객들 주변을 맴돌며 주린배를 채우려고 기웃거린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나와 지한이는 식사 도중 간혹 고양이 쫒는데 신경을 쓴다.

홀로 온 여자가 먹던 컵라면을 고양이에게 나눠준다.

측은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국립공원이 일찍부터 자리잡은 선진국에서는 야생동물에게 어떤 음식도 제공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공해로 자리잡은 비둘기가 그러하고, 천적이 없는 산에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산고양이가 그러하다.

 

멀리 청계산이 연무에 가려 그 실루엣을 살포시 드러내놓고, 발 아래로 넓은 서울대학교 전경이 펼쳐진다.

내리는 눈발과 스모그로 인해 한강이 보이지는 않지만, 멀리 북한산의 향로봉, 비봉 능선이 어스름하게 자태를 비추인다.

 

사과도 깍아오고 커피도 준비해온 지한이의 세심한 준비성이 산행초보 같지 않다.

따스한 식사와 후식까지 훌륭하게 마치고, 관악산 정상으로 향한다.

 

헬기장이 있던 능선에 도착하자 관악산 송신소가 눈 앞에 나타나고, 이어지는 연봉이 눈에 쌓여 깊은 산에라도 들어온 듯 하다.

연봉을 지나 통천문을 통과해야 정상으로 가는 길이지만, 급경사에 눈이 쌓여있어 산행코스를 연주암으로 수정한다.

정상에 목적이 있지 않은데 무리할 필요 없겠다.

 

연주암으로 향하는 길은 산구비를 몇개 에돌아 관악사지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야 한다.

효령대군이 기거했다는 관악사지는 현재 그 터만 남아있는 개활지.

주상절리 위에 돌을 쌓아 올린 암자가 눈길을 끈다.

 

 

연주암 계단길이 눈 앞에 이어진다.

연주암에 도착한 후 태휘의 상태를 보고 정상으로 갈 것인지 하산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한다.

체력이 뛰어난 지한이는 먼저 연주암으로 올려보내고, 태휘의 상태를 살펴보며 틈틈히 스마트폰에 전경을 담는다.

연주암으로 올라서는 계단에서 다리가 풀리고 만 태휘는 하산을 종용한다.

 

연주암은 관악산 정상 바로 아래 자리잡은 규모 있는 암자이다.

효령대군의 영정과 비각과 함께 천수관음보살을 모셔놓은 곳이다.

점심 때면 등산객들에게 공양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오래 전에는 등산객들 사이에 공양비로 삼천원을 시주하고는 했다.

 

과천쪽으로 하산하면 고갈난 체력에 맞춤이겠지만, 당초 예상한 코스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다.

정상에 목적을 둔것은 아니지만 깔딱고개 하나만 넘으면 하산하는데 무리가 없을 듯 해 서울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연주암에서 깔딱고개 까지는 가파른 나무계단, 열걸음을 걷고 쉬기를 거듭하는 태휘에게 밑밥을 던진다.

 

" 서울대로 하산하면 녹두거리에서 모듬전에 막걸리."

 

약발은 채 열걸음에 못 미친다.

 

" 뜨끈한 조개탕 추가."

 

그말에 힘입어 깔딱고개 산정에서 힘든기색으로 올라선다.

 

이제 서울대 입구까지는 약 50분 소요되는 내리막.

내리막이라는 말에 태휘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흩날리던 눈발이 제대로 규모를 갖추고 내리 시작한다.

 

머리에도 어깨에도 배낭에도 눈이 쌓인다.

도중에 약수 한사발을 들이키고 서울대 입구, 관악산 들머리까지 쉬지않고 내려온다.

하산 완료시각은 5시.

11시 사당역을 출발해 꼬박 6시간을 관악산의 품안에 머문 것이다.

 

주말이면 낚시에 골프에 바쁜 친구들이라 벌써부터 예정했던 산행이 비로소 이루어진 날이다.

관악산 등산안내도 앞에서 아이젠도 챙기고, 배낭에 쌓인 눈도 털어낸다.

초행의 산행길이었지만, 무리없이 하산한 것에 안도하고,

산행 내내 나눈 이야기들이 친구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준다.

 

뛰어난 체력으로 답답했을 산행이었을 지한이에게도 훌륭한 산행이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저질체력을 원망하며,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몇 번 경험했다는 태휘에게서도 앞으로 산을 자주 찾게 될것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산이 좋아 찾던 산이, 함게 하는 사람들이 좋아 산이 더 좋아진다.

 

 

관악산 안내도 파란선이 산행코스.

 

 

 

 

 

 

서울대 입구역 인근 영덕막회에서 과메기와 막걸리로 뒷풀이

 

 

김태휘

 

김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