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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적갑-운길산 종주산행

오체투지해무 2009. 10. 26. 16:45

중앙선 철도 운길산역이 개통된지도 꽤 되었지만 산행지로써의 운길산이 썩 내키지 않는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친구분은 서울에서 몇 안되는 안내산악회 회장을 맡고 계셨고,

아버지와의 오랜 친분으로 틈이 나면 가족 모두가 그 분이 주최하는 산행이나 여행에 참가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나 5학년 시절,

개나리, 진달래가 이제 막 지고, 산천초목에는 어느 정도 새순이 올라 올 때 인 듯 하다.

 

아버지 친구분이 주최하는 산행에 부모님과 함께 참가, 다 쓰러져 가는 수종사를 둘러보고,

운길산, 적갑산, 예봉산 종주 산행에 나섰다가, 그만 탈수증 일보 직전까지 갔다.

북한산, 도봉산에 익숙했던 터라, 도처에 샘물과 약수터가 있고,

능선에 서면 탁 트인 시야로 경치를 굽어 보는 것에 익숙해 있던 터이기도 했을 것이다.

 

운길산 능선은 관목에 쌓여 시야가 가려 얼마를 더 갔는지, 동서남북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봄의 햇살은 강렬했고, 가뭄으로 산길에는 먼지가 풀풀 날렸으며, 목은 갈증으로 타 들어갔다.

거의 40년 전의 운길산에 대한 추억은 사람 키 높이를 조금 넘는 관목 숲에 쌓여 둘러 볼거리라고는 하나도 없으며,

타들어가는 듯한 목마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몇 번의 운길산 산행 동참 권유가 있었으나 구미가 당기지 않은게 사실이다.

 

창문에 들어오는 햇살이 한여름의 그것과는 다르게 몇 꺼풀 꺽여 제법 아침 공기의 선선함과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질 무렵, 운길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입고 다니는 등산복차림에, 늘 메고 다니는 배낭에 김밥과 식수를 준비하는데 따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회기역에 도착하자 반대편 역으로 중안선 전철이 들어온다.

20분에서 30분 간역의 전철이 운좋게 맞아 떨어져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회기를 지나 개통 후 처음으로 타보는 낯선 역들을 지나 칠 때 마다, 이제는 더이상 돈벌이에 나설 수 없는 장년의 남자들과

서둘러 가사 일을 마치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소풍을 나선 4, 50대의 여자들이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부부 사이는 아님을 알 수 있는 남녀가 쌍을 이뤄 애가 탄 듯 손을 부여잡고 몸을 가까이 하려 한다.

 

듣기에도 생소한 역명을 지나칠때 마다 차창 밖에는 서울의 풍경이 생소하게 다가왔다.

한강의 전경이 차창 밖에 스쳐 지날 때는 해지는 풍경을 이곳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팔당댐이 건설되고, 현장견학하러 열차를 타고 왔던 곳이다.

그때 함께 이 길을 걸었던 동기동창들은 반백의 중년의 세월을 넘고 있다.

 

 

예봉산 오르막 첫번째 전망대에서 바라 본 검단산과 팔당대교.

 

 

예봉산은 해발 683미터에 이르는 낮은 산에 속하지만, 출발지의 해발고도가 낮아 도봉산,

북한산 오르막 만큼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예봉산 들머리에는 유독 5,60대의 장년층 등산객이 많다.

 

 

팔당역에서 정상까지는 꼬박 경사를 올라서야 한다.

낮지만 전망은 탁 트여있다. 멀리 두물머리가 보인다.

 

 

 

구리대교 자니 워커힐이 있는 아차산 저 뒤로는 북한산 능선과 도봉산 능선이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양평의 유명산과 멀리 포천, 홍천의 산군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예봉산과 적갑산 사이 안부에 피어있는  처음 만나게 된 억새.

 

 

워커힐이 있는 아차산 뒤로 남산타워도 보인다.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의정부 쪽의 불곡산도 한 눈에 다들어 올 만큼 전망이 뛰어나다.

 

 

사진에서 나타나지는 않지만, 인천세계도시축전이 열리는 송도의 고층 빌딩의 모습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관악산, 남산, 북한산이 펼쳐 놓은 서울의 파노라마.

 

 

 

패러글라이딩의 활공장으로 조성해 놓은 듯 한데 접근로가 용이 하지 않아  많이 이용 하지는 않는 듯 하다.

 

 

 

강쪽으로 뻗어있는 산줄기가 운길산.

 

 

 

정상석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지나치고 말았을 적갑산 정상.

수림에 가려 전경을 볼 수 없다.

 

 

운길산 정상. 예봉산과 적갑산의 180도를 이루는 능선이 펼쳐진다.

 

 

수종사 다원.

 

 

수종사 뜨락 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

 

 

수종사 대웅보전.

 

 

40 여 년전 수종사의 기억은 다 쓰러져 가던 건물의 기억 외에는 남아있지 않다.

급경사의 산자락에 지어진 터라 건물의 옥상이 뜨락 역활을 해준다.

 

 

해탈문에서 바라 본 수령 600여 년의 은행나무.

 

 

미국에서 온 동생과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객은 렌즈의 AF 기능이 고장나 어쩔수 없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같은 회사 제품인지라 렌즈를 호환해봤으나 카메라 바디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준 뒤 예의 인삿말도 없이 배낭을 메고 절을 내려왔다.

꼬박 6시간을 묵언산행 한 뒤라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산행을 끝내고 혼자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기운이 없고 쓸쓸하다.

산행 뒤의 허전함이 싫어지기 시작하면서 혼자 길을 나서는 일이 줄어 들었다.

산행 중 날씨도 좋았고, 신체 상태도 좋았지만, 집으로 오는 길은 몹시 외롭고 지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