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채우지도 못 할 욕심을 거세 시킨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과음으로 괴롭히던 육체의 고통도 없어졌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나를 향해 미소 짓는 그 표정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보는 설레임,
가슴 벌렁거리며 잠 못드는 사랑의 전조,
하루 하루 산다는 것 자체가 버겁다는 이유로
예저녁에 그 따위 감정들은 접어버린지 오래다.
그렇다 접어 버린게 문제다.
인간의 감정은 물 흐르는 것과 같아서
여울을 만나면 도란도란 속삭이기도 하고,
커다란 낙차를 만나면 노여워 하기도 한다.
커다란 소를 만나 정지된 듯 그 흐름이 하염없이 느려지기는 하겠지만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데로 결국은 바다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예저녁에 접어버린 그 감정이 그리워지는 거다.
뛰쳐나가려는 심장을 보듬어 안고
부정맥으로 이어지는 불면의 밤이 그리워지는 거다.
요즘의 생활이 퍼석퍼석 석달 열흘 비 한방울 오지 않은 산 비탈 먼지 풀풀 나는 밭떼기 같다.
전라도 산사 찾아다닌 사박오일.
이동과 식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제외하고 가졌던 묵언의 시간.
구도의 정신이 결여된 묵언의 시간은 사람을 더더욱 퍼석하게 만든다.
훌륭한 연주회에서 음악을 듣거나,
잘 만들어진 내 취향의 영화를 한편 봐야되겠다 싶었다.
웹서핑 중 우연히 알게된 에디뜨 삐아쁘의 영화 장밋빛 인생은 봐야지 했던 영화.
어거스트 러쉬도 점 찍어 뒀던...
영화 한편 보지 않겠냐는 문자메시지.
once" 영화에 대한 소문도 정보도 모르는 체 영화를 권한 사람의 취향을 알기에
권해주는 영화를 두말없이 보게되었다.
독립영화라는거 제작비 14만불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고,
개봉한지 두달이 되었지만 오히려 개봉관 수가 늘고 있다는 정도의 영화 외적인 이야기만 들려주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부업으로 고장난 진공청소기를 고쳐주며,
길거리 공연을 하는 무명가수이다.
얼마나 오래되었던지 스틸기타의 덱크 부분이 피킹에 의해 구멍이 난 통기타를 들고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아일랜드로 이민와 피아노도 없이 피아노를 전공해 음악공부를 하는 그녀.
영화 속 두 남녀 주인공에게는 이름 조차도 없다.
각자의 사랑을 지니고 있는 두 남녀.
영화 once" 는 음악영화다.
이야기 구성이 너무도 평범한 이렇다하게 사건이라고 일어나지 않는 우리 주변의 일상을 뚝 떼어내 영화의 줄거리로 삼은 듯 하다.
가수를 꿈꿔봤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이고,
잔잔한 일상을 들여다 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도 조용히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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