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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향교동 느티나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링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인사동 낭인

서울 북인사물길 2012. 6. 이 사람을 처음 본 것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97년 11월에서 98년 2월 사이 따스한 날 20년 전 종로학원이 있던 뒷골목 허름한 식당 앞에서이다. 친구들과 고기나 탕 안주로 술을 마시고 나오는 문 앞 쓰레기를 뒤지는 그를 보고, 식사 뒤 입가심으로 나눠주는 요쿠르트를 어찌하나 싶어하면서 문을 열고 나오다 문 앞 쓰레기를 뒤지는 그를 본 것이다. 걸인이거나 광인이거나 그 눈빛은 영롱했고, 보석에서 내뿜는 빛에 매혹 된다면 저런 빛이리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한 그 빛이었다. 맨 정신이었다면 느끼지 못하거나, 의식하지 못했을 그의 행동에 손에 들고 있던 요쿠르트를 그에게 건냈다. 옆에 있던 감수성 예민한 연극하는 친구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쓰레기를 뒤지던 낭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