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을 관광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절을 둘러보는 시간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을 넘지 않는다. 사찰문화재 관람료가 3,500원. 사찰의 입장료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국보와 보물의 관리비로 산정된다고 들었다.
사찰 입장료는 산에 드는 산꾼에게도 예외가 없어서, 각 국립공원, 군립공원 그외에도 제각각 사찰 문화재 관람을 이유로 입장료를 부과하고 있다. 지리산 성삼재행 버스에서는 들리지도 않는 천은사 입장료를 통과하는 모든 사람에게 부과하고 있고, 설악산 신흥사도 마찬가지. 오래 전에는 젊은 혈기에 매번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시큰둥해서 싸우는 품과 기분 상하는 품을 합치면 줘버리는게 싸게 든다는 생각으로 순순히 입장료를 뜯기고 만다.
예불의 목적이 아니라 관광의 목적으로 들리는 사람들에게 사찰은 무엇일까?
화엄사에 처음 왔을 때 사찰의 규모에 새삼 놀랐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지금 처럼 사찰 부속건물이 크고 많지 않았던 터라 각황전의 크기와 숙연함은 저절로 불교에 대한 경외감을 들게 하였다.
당시 부보님의 종교는 불교. 어머니를 모시고 때가 되면 절에 가곤 했지만, 절에서 예를 갖춘 적은 한번도 없었다.영암 월출산에서 만난 한 도인과 화엄사와 쌍계사를 함께 둘러 보게 됐는데, 이 분께서 절에 왔으면 마땅히 그집 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는게 예의인데 인사를 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느냐고 했다. 그 뒤 성당에 가던, 절에 가던 예를 갖추는게 되었다. 그렇게 화엄사는 나에게 처음으로 부처님에 대한, 아니 절대자에 대해 예의를 갖추게 한 동기를 부여한 곳이다.
지리산이라는 민족 영산의 선입견 외에도 화엄사가 가지고 있는 절 고유의 기품에 저절로 경외감이 들기도 했지만, 각황전 앞에 있는 이제까지의 석등과 비교 할 수 없게 커다란 석등은 나로 하여금 내 자신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를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 봐왔던 어떤 사찰의 건물보다 규모는 웅장했고, 모셔져 있는 부처님의 얼굴은 온화하면서 기품이 넘쳐났다.
그 이후 화엄사를 몇번 찾은 적이 있는데, 처음 찾았을 때의 인상이 워낙 강해서 그 뒤의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고, 첫 인상만이 기억에 오롯하다.
화강암에 새겨진 고려시대의 석탑에는 다르기 힘든 부재임에도 불과하고 그 정교함과 예술성은 보고 있노라면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절의 역사에 대해 공부 하지 않아도, 절이 가지고 있는 보물과 국보에 대한 설명을 따로 읽지 않아도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절. 화엄사.
언제 또 이곳 화엄사를 찾을 지는 기약이 없지만, 화엄사의 각황전과 부처님의 염화미소, 뜨락의 거대한 석등은 언제고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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