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두산을 찾았다 몸을 날려 버릴 것 같은 바람을 맞으며 당산대교를 건너 선유도로 갔다. 한강을 걸어서 건너 보기는 고1때 서울의 중고교학생들을 전부 여의도 광장으로 불러 모아 무슨 행사를 한다고 했을 때 교통 체증으로 마포에서 한강을 건넜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혹한의 날씨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었음에도 다리를 건너는 내내 몹시도 추웠던 기억이었고, 따스한 차 한잔 마실 수 없는... 선유도에는 사람 발길 마져 없었다.
문득 유치원 시절 선유도 상수원시설을 둘러보고 양평동 어디쯤 있던 해태제과를 방문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비가 엄청 왔었고, 이다음 커서 해태제과에 근무하게 되면 과자는 마음껏 먹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선유도 상수원지를 돌아 볼 때는 이 물을 도대체 어떻게 먹나 싶을 정도로 악취와 소독약 냄새가 많이 났었다.
당산역을 향해 걷다 당산대교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장찬 여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역 까지 걸어가면서 연락처도 주고 받았던 듯 하다. 지금은 삼십대 중반이 되었을 그녀, 얼굴도 이름도 기억 나지 않지만 사진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 속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