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거리를 거니는 것도 지칠 만큼 뜨겁던 여름이 지나 가을이다.
이렇다 하게 약속이 없는 월요일 오전 길을 나섰다.
종각역에서 내려 뒷골목을 지나 인사동 화랑가로...
오비스캐빈의 기억은 명동의 것이 유일하다.
십오륙전에도 오비스캐빈 하면 명동의 그것이었는데,
사회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은 오비스캐빈하면 이곳을 꼽는다.
실내는 답답하고, 안주도 이렇다하게 맛있는 것도 없어 내가 찾은 적은 단 한번도 없고,
이 길을 지날 적 마다... 명동의 오비스캐빈과 비교가 안되는데 하며 지나치곤 했다.
건물 앞의 등나무를 무심결에 사진에 찍은 적도 몇 번 있는것 같다.
오늘 문득 등나무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고교 시절 이 근처 학원을 다닐 때도 이 등나무가 있었을까?
초등학교 시절 소년중앙과 어깨동무가 재미없어질 무렵 눈에 들어온 잡지가 뿌리 깊은 나무였다.
아버지가 부정기적으로 사오시는 그 잡지는 어린 나에게 신세계였고,
세상을 알아가게 한 더듬이었다.
잡지에는 광고가 실리기 마련인데 가장 인상 깊었던 광고가 바로 통인가게의 이삿짐센타 광고였다.
이사야 당연히 아는 사람 부르고, 짐차 수배해서 아는 사람들 끼리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시절.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기 짐을 맡겨 이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의구심은 광고를 접한 뒤 이십년이 지나 통인가게 이삿짐 센타를 통해 이사짐을 꾸린 친구의 경험을 듣고 풀리게 되었다.
인사동을 지날 때면 통인가게는 고가구 전문점이라는 관념보다
잡지 ' 뿌리 깊은 나무'의 광고를 통해 본 이삿짐 센타라는 인식이 지금도 강하게 뿌리 박혀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양하고 저렴한 스카프를 취급하는 곳.
제작년 겨울 사진 하단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분홍빛 실크스카프를 구입해 잘 쓰고 있다.
종로 쪽 인사동 거리에서 안국동 입구 인사동 거리까지,
한국적인 것이 없다.
중국제의 싸구려 물건, 어디서 굴러 먹다 온지 알 수 없는 골동품들,
설탕무침 팔아보겠다고 목청껏 질러되는 " 이랏샤이마세."
코리안 바아그라라며 떡메로 인절미를 치거나,
순라꾼이나 가마 행렬의 주말 이벤트가 오힐 낯 부끄럽다.
장상수의 전시 현수막을 보고 타블로갤러리를 처음 들리게 된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던 세명의 여자들.
" 귀천이 여기 또 있내. 전에 작은 골목 귀퉁이에 있었잖아."
관훈갤러리 계단 난간.
겨울이나 여름이나... 돌난간을 볼 때면 그림하는 여동생이 생각나고,
괜히 마음이 아련해진다.
관훈갤러리가 리모델링되도 이 돌난간은 언제까지 이자리에 이렇게 있기를...
검정색의 연잎이, 검정색의 자개장 그림이 선연하게 눈에 들어오다니...
쌈지길 지하에서 사진작가 김소희의 작품이 있다해서 들렸더니... 좀 썰렁했다.
실망시키지 않는 사루비아 다방의 한달짜리 전시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한겨레신문인가, 오마이뉴스인가에서 디립다 깨지고 나서 돌아온 석장승.
업자야 하라는데로 했을테고... 참 공무원 행정이라는게 한심하다.
갤러리 일칠오 휴관일이라 작품을 보지 못했지만,
어딘지 끌리게 하는 전시현수막.
오토누미나 배영환의 개인전.
자기를 이용해 세상을 창조했다.
공아트스페이스-선화랑-나우갤러리-그림손갤러리-경인화랑-관훈갤러리-
토포하우스-나우갤러리-사루비아화랑-가나아트센타-안국역 건너
-PKM갤러리-국제갤러리-경복궁- 류가헌 - 팔레드 서울- 옆집갤러리
인사동 화랑가를 거닐때 다니는 길을 붉은선으로 표시해봤다.
이 연결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나절이 넘게 걸리고, 사진이라도 찍지 않으면 무슨 작품을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을 만큼 이 라인은 한국 화랑가의 동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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