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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마목장

오체투지해무 2007. 8. 7. 14:25


 방학이 되도 조카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수학,영어, 스포츠교실, 피아노, 바이올린

중학교 1학년인 큰조카는 그렇다 치더라도, 초등학교 2학년생 작은조카까지

직장인보다 더 바쁜 일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모처럼 맞은 작은조카 학원 방학으로 외갓집을 찾아와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 안긴다.

컸다고 할아버지에게서는 멀어진것 같다.

 

 

가까운 근교를 찾아 외조부모와의 추억 한장.

송추고개 자리한 도토리 전문식당에서 코스요리를 마치고 찾은 곳이

삼송리 인근에 자리한 종마목장

 

국내에서 가장 비싼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장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찾았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 조금만 움직여도 불쾌지수 급상승이다.

 

평일임에도 휴가기간을 맞아 찾은 방문객들로 목장 진입로 인근에는

빽빽히 차가 주차되어 있다.

 

쏟아지는 소나기,

빗줄기를 피해 인근 허브랜드를 먼저 찾았다.

 

대형온실 속은 허브 외에도 관엽식물이 전시 판매된다.

 

 

온실 안에서 자라는 카나리아와 다람쥐

관람자들이 귀엽다고 망을 두드리는지

쳇바퀴 속에 들어가 있는 다람쥐가 임신을 했으니 절대로 두드리지 말라는 경고문이 쓰여있다.

 

신나게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 하는 작은조카

 

주차장 인근에는 시베리안허스키와 토끼가 비에 흠뻑 젖어

조카에게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유난히 동물에게 정이 많은 조카는 동정어린 시선으로 토끼와 개들을 바라본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

20여년 전 호주로 이민간 사촌누나와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부모님이 한담을 나누신다.

 

말을 타보고 싶다는 조카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비가 오는 탓인지 진입로 한쪽에서 늙은 말 한마리를 데리고 관람자들에게 요금을 받고 태워주던 아저씨가 나오지 않았다.

 

목책 주변 한가로히 풀을 뜯으며 사람을 바라보던 커다란 말들을 보고 있을 때이다.

목장 입구 매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한분이 불편한 한쪽 다리를 이끌고

이쪽을 향해 소리친다.

 

" 어이, 어이. 이 쓰레기 가져가 나쁜놈아."

 

저 앞쪽에는 인근 산을 찾았다 발길을 이쪽으로 돌린 듯한 등산복 차림의 사십대 남자 두명이

소리를 지르는 노인을 힐끗 돌아보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그 뒤를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산행복장의 사람들에게 뭐라고 소리를 외친다.

 

아마도 산행객 차림의 두사람이 음식쓰레기를 봉지에 담아 그대로 버리고 갔나보다.

 

요즘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계몽이 되어 함부로 쓰레기 버리는 사람은 없는데...

 

우리 일가족 앞을 발을 절룩이며 은사시나무가 도열한 언덕 위를 힘겹게 오르며

쓰레기 가져 가라 외친다.

 

순간 난감하다.

뭔가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행동을 취해야 할 듯 싶은데,

정황을 모르니 함부로 나설 수도 없는 일.

 

이윽고 할아버지는 두손에 가득 담긴 쓰레기 봉지를 들고,

지나가는 차를 잡아탄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 수고를 하느니 내 손으로 치우고 만다 할텐데,

쇠약한 몸매에 비해 투철한 책임의식이 유난하다.

 

얼마 있다 할아버지는 쓰레기를 돌려주었는지 빈손으로 그 언덕을 내려오는 표정이 담담하다.

어머니는 차를 세우라고 한 뒤 할아버지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차를 돌려 나가는 길에 등산객 두명의 손을 보니

쓰레기가 들려져 있지 않다.

 

어딘가 길섶 보이지 않는 길에 버렸나 보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할아버지의 말을 들을리 없다며

오히려 할아버지가 봉변을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얘기를 나눴다.

등산객 두명의 얼굴은 너무도 번듯하게 생겼다.

얼굴봐서 모르는게 사람이다.

 

농협대학 앞을 지날 때 쯤,

등산객 두명 뒤를 쫓던 허름한 차림의 사내의 손에 할아버지가 들고 있던 쓰레기 봉지가 들려있다.

그제야 사건의 전말이 파악되는 듯 하다.

 

허름한 차림의 사내가 우리 앞을 지날때 뒤쪽의 할아버지는

이 사람을 부른 것이고,

우리가 이사람과 할아버지를 번갈아 보자,

앞의 산행객들을 향해 소리를 질러

마치 자기가 아닌듯 그 상황을 모면하려 한것이다.

 

지날때 술냄새가 났고, 아마 할일없이 그곳을 찾았다 술을 잔뜩 먹고 쓰레기를 매점 인근에 버렸을 것이다.

 

애궂게도 멀쩡한 두 등산객에게 욕을 퍼부었던 일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이없다.

생활하면서 이런 오해는 수시로 일어나고,

아무 생각없이 눈에 일어난 상황만을 보고 섣불리 판단한다.

 

이윽고 차안에서는 번듯한 얼굴의 등산객들이 그럴리가 없었다며

허름한 차림의 꼼수에 속아 넘어 간것에 대해 분함을 털어놓는다.

 

가족들과 종마목장을 찾았을 때의 작은 헤프닝

 

 

분홍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천상 여자인 작은 조카 진희

 

 북한산성 계곡 물놀이 하기에 그만인 장소를 찾으려던 당초의 계획은 소나기로 무산됐지만,

구파발에서 송추로 이어지는 한적한 길에서 북한산의 암봉을 바라보며 가진

가족들과의 드라이브.

 

 

  * 여행메모
1번 국도를 타고 구파발을 지나 삼송검문소에서 좌회전,
농협대학 안내간판을 보고 찾아가면 된다.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종마목장까지 수시로 마을버스가 다닌다.

매주 화요일과 국경일은 휴뮤이며
관람시간은 하절기 09:00 - 17:30
목장 내 매점과 음식점은 없으므로 식사는 농협대학 입구 음식점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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