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경약식의 추억에 덧 붙여.
덕산온천의 한 국수집.
몇 해 전, 근처를 지나다 국수 하나로 명성을 얻는 곳이 있다고 하여 왠만해서 들여다 보지 않는 네비게이션을 보고 허허벌판에 덩그마니 3층 건물을 보고 " 이건 진짜다." 싶었다.
때가 지나서인가 넓은 주차장에 차가 한대도 없다. 심상치 않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3층 창문이 열리고 노인 한분이 오늘 쉬는 날이란다.
국수가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을까만은 그때의 못 먹어본 국수를 광천 외사촌 사무실에서 귀가 하는 길에 들리기로 했다.
예산에 가장 높은 절 탈해사를 오르는데 눈길에 급경사라 위험해 걸어서 오르고 내렸더니, 시간도 지체하고 배도 고프고.
덕산 국수집에 도착하니 음식점 앞 주차장에는 만차이고 그 옆에 밭이었던 곳에 만들어 놓은 노지 주차장도 들어 설 곳 없이 빽빽하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들어서서 국수를 보니 칼국수. 매운칼국수와 칼국수 두 종류에 겨울철 굴이 추가 메뉴.
앞에 대기자는 약 20명. 술 마시는 사람이 없어 길어야 3.40분이면 차례가 오겠거니 하고 기다리다 1시간 20분이 지났다.
아무리 맛집이라 한들 줄서서 먹은 적이 한손안에 꼽는데 더구나 국수 한그릇 먹자고 배고픔을 참고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대기자들 중에는 기댈 곳도 없는 의자에 앉아 있다 지쳐서 업드려 계신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할머니가 드시자고 식당을 찾았을리 만무하고, 분명 자식들과 같이 왔을텐데 본의와는 달리 불효도 저런 불효가 없다.
1시간 20분을 꼬박 기다려 받은 매운칼국수의 국물을 한 수저 뜬 순간, 그 기다린 시간이 허무했다.
맛이 없지는 않다. 장칼국수에 굴을 넣어 만든 칼국수. 강릉의 교동짬뽕 보다 두수 아래 정도 된다. 식은 국물을 맛 보면 신기하게도 아무맛이 안난다.
설 다음 날이 어머님 팔순이시다.
조카가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 선정한 음식점이 강남 어디 루프탑이란다. 의정부에서 가는데 2시간, 오는데 2시간 왕복 4시간이 걸릴 수 있는 저녁 시간대.
어머니를 설득하는데 설득이 안되서 큰소리가 오갔다. 어머니는 어머니 대로 팔순이라고 생각해서 고른 음식점인데 멀다고 바꾸자고 하면 권한 사람은 뭐가 되냐는 얘기고, 얼마나 좋은 음식인지 모르겠지만, 밀리고 밀리는 동부간선도로와 강남 도로에 시간 허비 하다 보면, 막상 팔순이라는 어머니의 의미 마져 퇴색되고 만다.
경치를 보며 달리는 2시간과 밀리고 밀리면서 가야 하는 시내도로 2시간과는 그 피로도가 다르다.
덕산의 국수집에서 기다리다 못해 의자에 업드려 계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서 더더욱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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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양식의 추억
얼마 전, 어렸을 때 외식이 많지 않던 시절, 가족들과 명동이나 종로의 꽤 비싼 음식점에 다닌 것을 자랑한 포스팅이 있었다. 어렸을 때 전기구이통닭이나 한일관불고기 신정 징기스칸을 먹었다고 하면 지금도 시기를 살만큼 어렵던 시절 호의호식했던 것은 자랑이 흉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튼 어렸을 때 추억담을 내마음대로 늘어놓는 것이니까 이쯤해서... 당시 쉽지 않은 외식을 했음에도 못먹어 본것이 있었으니 돈까스였다.
초등학교 시절 한반의 친구가 생일이나 어린이날 기념으로 시내 레스토랑에서 돈까스를 먹은 자랑을 하면 그게 그렇게 먹고 싶을 수가 없었다. 서양음식점에서 칼과 포크로 음식을 들며 웨이터의 시중을 받는 것은 영화나 티브로 봐왔던 것. 한반 친구가 그 영화 속 주인공이나 하는 식사를 해봤다는데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날인가 부터 주워 들은 이름 돈까스를 노래부르며 외식 할때 가 볼 것을주장했지만 맛이 없다는 이유로 단 한번도 가보질 않았다. 그러다 처음 맛 본 것이 대학에 들어가 학보사 수습기자로 뽑히고 그 회식 자리에서 처음 경양식 레스토랑이라는데를 가보게 됐고, 꿈에도 그리던 칼질을 할 수 있었다.
그때의 감회란...난생 들어가 보는 레스토랑의 고급스럽고, 낯선 실내분위기에 주눅 늘지 않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촌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고, 급기야 여자 동기의 도움으로 난생 처음 돈까스를 먹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감격을 하나 밖에 없는 동생과 나누고자 학보사 첫 수당을 받았을 때 호기롭게 고등학교 다니는 여동생을 종각으로 불러냈다. 약속시간에 삼십분 이상을 늦었고, 만나기로한 종로서적 앞으로 뛰어가는 지하상가 안에서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려는 동생을 극적으로 만났다.
만나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는 동생. 내가 시간에 늦어 낯선 곳에서 무서워서 우는지 알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억울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오빠와 시내에서 약속을 했다는 말에 자칫 길을 잃거나 할 수도 있으니 어머니가 동생에게 비상금으로 꽤 큰돈을 주었나 보다. 잔돈을 준비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안내양에게 차비로 만원자리를 냈더니 돌아 온 것은 안내양의 악다구니. 차비를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린다며 갖은 욕설을 다 들었었나 보다. 그 당시에는 주눅 들어 참고 있던 것이 약속시간 까지 늦은 오빠를 보자마자 터져 나온 것이다. 종각 지하상가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던 여동생의 흐느낌과 눈물을 지금도 기억한다.
어찌어찌 달래서 종로서적 지하에 있는 그이름도 찬란한 ‘FAMILY RESTRANT’에 들어갔다. 그때가 어린이날이었던 듯 난생 처음 들어와보는 레스토랑 분위기에 어리벙벙한 여동생에게 익숙한 듯 레스토랑 자리를 안내받고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의 한 아이의 대성통곡이 터져 나왔다.
“ 난 짜장면 먹고 싶단 말이야, 누가 이런거 먹고 싶었다고 했어.”
아마 어린이날 기념하기 위해 온가족이 레스토랑으로 외식을 나왔는데 막상 주인공인 아이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 기대를 하고 나왔는데, 짜장면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이유 있는 생떼를 부리게 된 것이다. 엄마는 달래고, 아빠는 어르고, 아이는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울고...
바로 전 까지 서러움에 북받쳐 울던 여동생이 그 장면을 재미있어 했던 것도 기억네 남는다. 주문한 돈까스를 먹으며 이다음에 아이를 낳아 외식을 하게 되면 어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아니라, 아이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으로 데려가 주리라 동생과 다짐했었다.
당시 종로서적 지하의 ‘패미리레스토랑’은 경양식 돈까스, 비후까스 등의 경양식을 내놓기는 했지만, 지금으로 따지면 패미리레스토랑 수준의 가격과 분위기였다. 양배추를 썰은 그 위에 토마토가 살짝 올라가고, 케찹과 마요네즈가 적당히 섞인 소스가 얹어져 있고, 따끈한 모닝빵에 딸기잼이나 버터가 자그마하게 짤려져 따로 나오고, 야채스프나 크림스프를 따로 주문 할 수 있고, 밥이나 빵을 선택 할 수 있고, 밥과 빵은 무한리필이 이었고...
동인천과 차이나타운 여행에서 만난 오래된 간판 ‘등대경양식’은 난생 처음 본 것이지만, 그 이름과 예전 모습 그대로 간직한 건물 외양에서 예 추억이 고스라니 묻어 나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등대경양식은 인천의 오래된 삼대경양식 중 하나라고 한다.
인천 등대경약식.
인천 중구 해안동 032-773-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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