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Hello blick road

[스크랩] 대구에서 함양까지 야투

오체투지해무 2016. 5. 5. 01:44

대구에서 수리를 마쳤다는 연락이 왔다. 시외버스터미날에서 서대구정류소까지 3시간 40분. 거기서 택시로 십여분.

고장은 의외로 단순했다. 부동액 캡부분 고무부분이 어떤이유에서인지 파손됐고 그곳으로 공기가 유입 오버히트를 했던것. 그부분으로 부동액이 넘치고 엔진으로 흘러 흰연기가 자욱했던 것. 부품수급에 3일. 다행히 남원 바이크매니아 행사 전날 수리가 마쳤고 대구까지 내려 갈 수 있어 다행이다.

성서 은행지점장으로 있는 초등동창을 잠깐 만나고 도심을 벗어나기까지 약간을 성서공단에서 헤메이다 24번 고령 거창 방향 국도를 타자 마음의 안정이 온다.

왕복 4차선 뻥뚫린 도로에 걸칠것은 없다. 해가 질 무렵 시월 중순도 지난 날씨인데 추위를 못느낄만큼 더운 날씨. 올 칠월 정오 가까운 시각 오리털내피에 오버자켓까지 껴입었던 강원도 기온과 비교하니 의아스러운 가을 기온이다.

해는 지고 주변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대구에서 고령은 거의 붙어 있다. 오래전 고령에서 두어번 묵은 적이 있다. 터미널 근처의 오래된 여관. 바이크를 타고 들어가니 시합이 있냐고 묻던 그곳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생각난다.

국도기행 취재차 들렸을 때는 잠이 오지 않아 마신 술이 여관 냉장고의 술을 다비우고 해 뜰때 까지 혼자 마셨던 때도 있었다. 고령의 한 가야 대고분 근처에서 솔방울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던 장면이 숙취 속에 아른거린다.

고령을 지나 거창과 합천 갈림길에서 바라 본 하천과 산그리메 개울가 천변의 풍경은 당장에 바이크를 세워 앵글을 맞추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다.

차 세우고 장비 벗고 카메라 셋팅하고 교행하는 차량을 주의하고 사진을 찍어 본 들 그때의 감흥을 사진 속에 담을 수 없다. 기온은 뚝 떨어져 손끝과 하체부분에 냉기가 돌기 시작한다.

고령과 거창에서 자고 싶지는 않다. 몇번의 숙박에고 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못한 동네. 인월이나 남원까지는 멀고 안의라면 자볼만한 곳인데 너무 작은 동네라 식사 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함양까지 왔다.

함양도 오래된 곳이라 유서 깊은 여관이 있을만 한데 찾지를 못하겠다. 의정부에서 대구, 대구에서 초행의 밤길로 함양까지 묘산을 지날때면 오도재에서 천도제를 지내던 기름기 번들한 스님들과 함께 남한 최후로 표범이 사살된 곳으로 기억한다.

어느 봄날 합천호를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던 날 벚꽃을 따라 길을 달리다 길 끝에 아담한 이층집 여관에 눈이 팔렸다가 이층열린 창에서 쌓였던 성욕을 푸는 한 여자의 곡소리가 창을 넘어 주차장까지 들려 오던 곳도 이 근처 어디였다.

바이크의 전조등이 밝지 않아 아차 싶을 때가 몇번 있다. 이럴때면 차를 앞세워 뒤에 붙어 가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렇게 거창까지 와서 주유하고 시내에서 함양 가는 길을 놓쳤다. 도심에만 들어서면 길찾는데 애를 먹는다. 이럴때는 네비게이션이 절실하다만 어쩔수 없는 일.

작은 마을을 지나 들판에 들어섰다. 차라리 이럴 때는 왔던 길을 되집어 거창 초입으로 되돌아서 도로표지판에 의존해서 함양 가는 24번 국도를 찾았다.

피곤한 와중에 여관비 깍을 엄두도 없이 달래는데로 주고 묵은 허접한 여관. 짐을 정리하고 인근 시장에서 순대국 한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이글을 쓴다.

출처 : 미라쥬 라이더
글쓴이 : 해무[경기/의정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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