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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골목길에서 본 강구안.

오체투지해무 2016. 1. 9. 20:55

 

이제와 생각하니 나를 통영으로 끌어 들인 것은 이 길을 걷고 싶어서였다.

소매물도 망태봉에서 바라 본 등대섬도, 몇 해 전 친구들과 욕지도 참치어장을 방문 했을 때 지나 치며 아쉬웠던 것도, 통영대교 야경을 찍는다고 삼각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촬영 포인트를 찾거나, 부모님 사진에서 봤던 해저터널 입구의 그 이국적인 건축물도 아니다.

몇 시간 만에 밟아 본 육지는 견지 낚시를 하다 강변으로 나왔을 때 처럼 흐르고 이었고, 그 흐름을 인식하기에는 해금강을 오가며 마신 술이 과했다.

아마 그때 신항이 건설되느라 여기저기 파헤져 졌고, 선원들과 항구 인근의 거친사람들과 부딪칠까봐 나를 걱정했다기 보다, 그참에 현장일을 하루 제끼고 싶은 피끓는 청춘들이 그 거리를 거닐게 했나보다.

해산물과는 체질이맞지 않는 나에게 해장으로 고집피며 먹게 한 충무 뱃머리 김밥은 식도부터 십이지장까지 밤새 마신 술로 인한 일시적인 궤양이 일어난 다는 걸 그때 알게 해줬지만,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고 그 이후 찾은 어떤 집도 그때의 그맛을 간직한 곳은 없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나만의 바다가 있고, 나만의 거리가 있고, 나만의 풍경이 있다. 통영의 이 거리는 나만의 거리였고,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다.

 

20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