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한그릇.
섣달 동짓날 북한산 노적사 점심공양으로 팥죽 한그릇을 다 비울 때 쯤 앗차 싶었다.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진공스텐bowl 하나 챙겨 가져 온다는 것이 보온병에 물 끓여 넣느라 깜박하고 가져 오지 않은 것이다.
외할머니 살아 생전에는 동짓팥죽을 꼭 먹었는데... 돌아 가신 뒤로는 가끔 얻어 오는 팥죽을 먹어 볼 뿐 집에서 해먹는 일이 없다.
부모님은 성당에 다니시지만 절 동지 팥죽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에 액운과 병을 물리치겠다는 의미 보다 팥죽 한그릇에도 부모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 꼭 챙겨드리려 했는데...
동짓날이라 공양 드리는 신도들이 많아 따로 퍼간다는게 눈치 보이는 일이라 자위하려는데 며칠 전 팥죽이 드시고 싶다던 엄마 말이 자꾸 밟힌다.
그런 기색을 살핀 선배가 싸온 음식을 비닐에 옮기고 내어준 자그마한 vacum bowl에 팥죽을 담아 집에 올 수 있었다.
저녁을 일찍 드시고 티브를 시청 하시던 부모님은 채 한그릇의 동지 팥죽에 흡족해 하시며 감사해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