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40분 도봉산입구 횡단보도에 드문드문 등산객들이 산으로 향한다.
이른 시각 벌써 문을 열어 놓은 등산장비점이 있고,
밤새 영업을 했는지 음식점 안에는 이른 아침을 드는 손님들이 몇몇 있다.
풍성한 구스다운쟈켓 차림의 아가씨가 식당 문을 나서자 주인 인듯한 남자가 말을 건넨다.
" 마당바위 까지 40분이면 가는데 벌써 가서 이 추위에 떨려 그래, 커피 한 잔 마시고 천천히 가."
식당 문을 나서던 아가씨가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도봉산 입구 종점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단단한 차비를 하고 나온 등산객들을 쏟아낸다.
이를 보고 있던 버스기사들이 몰여드는 인원에 탄성을 지른다.
약속시간 10분 전 인데 선,후배들이 벌써 나와 기다리고 있다.
새해 처음 만나는 지인들과 첫인사를 나눈다.
몇몇은 가는 해가 아쉬운지 밤새 술을 푸다 나왔단다.
티브 드라마 협찬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몽벨 매장 앞에서는
방금 쪄낸 백설기를 나눠주고 있다.
빈속에 따스한 백설기가 물 없이 잘도 넘어간다.
" 이 시간에 그게 넘어가?"
" 그럼요, 아침에 삼겹살 한 판도 먹는 판국인데 없어서 못먹지."
체력 좋은 사람들이 먹성도 좋은 법.
약속시간에서 30분을 넘겨 온다는 인원이 다 도착했다.
헤드랜턴을 켜고 출발.
도봉산 통제소로 향하는 길에 늘어선 장비점에서는 큰 목소리로 새해 인사를 나누며 홍보용 선물을 나눠준다.
선물을 받아든 등산객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
장비점에서 나눠 준 선물들.
일출시간 전 예정목적지에 도착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다락능선으로 산악회장 정석이형이 길라잡이가 되어 준다.
완만한 능선의 수월한 등산로.
지난 여름 구입한 페츨 LED 4랜턴의 불빛이 흐릿하다.
겨울 야간산행에서는 구형이라 무겁지만 내쇼날 리튬밧데리 헤드랜턴을 사용해야 불편이 없겠다.
산행 시작 후 약 40분 은석암 암자가 건네다 보이는 곳, 전망이 탁 트인 곳에 자리한다.
예정됐던 마당바위에는 어이없게도 대형스피커에 음악을 틀어놓고 이따금 구호를 외치고,
인원점검을 하는 소음이 산허리를 휘감는다.
도봉구청의 구청장과 그 예하 공무원들이 일출산행을 와서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제 딴에는 멋있다고 판단했는지 해에 관하 가요를 크게 틀어 놓아,
한적한 곳에서 차분한 일출을 기대했던 예상을 송두리채 뒤엎는다.
도대체 조용한 산허리에 대형 음향장비를 지고 올라 갈 생각을 한 머리속에는 뭐가 들어 있는지,
이따금씩 인원점검인지 단속을 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여명이 밝아오자 구청장의 일장연설이 시작된다.
이쯤되면 옆에서 듣고 있던 산행객들의 입에서 저주 섞인 불평이 불평의 소리들이 나온다.
이해할수 없는 발상이고,
그것을 실천해야하는 조직의 생리가 한심스럽다.
여하튼 은석암 일대를 지나는 등산객들의 원망을 받아가며 도봉구청의 일출행사는
성공(?)리에 진행된다.
애초 예상했던 일출 장소에서 약간 빗겨난 곳에 자리하고 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린다.
도봉구청 행사장소와 직선거리로 10여미터 떨어진 곳,
행사가 끝날 때 까지 가요와 연설의 소음을 어쩔수 없이 들어야 만 했다.
시끄러운 가운데 구름끼인 동쪽하늘에 여명은 밝아오고...
새해 첫날 아침 기온은 영하 12도 산 오부능선쯤되니 영하 15도 쯤되고 체감온도는 그보다 3~4도 쯤 아래.
구름사이로 금방 해가 나올듯하다 구름에 가려지기를 반복한다.
당초 예상 일출시간보다 30 여분 지나고서야 구름 사이로 2011년 새해 태양이 얼굴을 내보인다.
일출을 구경하고 더욱더 우애 깊은 선후배가 되자고 다짐하며
성터 힘!
겨울 햇살을 받으며 하산.
좌측 31회 김기범, 우측 26회 김성호.
안병건, 목영권, 강정석, 김성호,정희재, 이명한.
하산하다 만난 공터에서 31회 권기범후배의 부인이 꼭두새벽에 끓여 내온 떡국을 나눠준다.
사골국물에 조랭이떡을 삶아 종이컵에 담으며,
지단, 꾸미, 김가루 형식을 제대로 갖춘 새해 첫 떡국으로 언 몸을 녹인다.
정성에 탄복하고 맛에 감탄한다.
좌측부터
26회 김성호, 27회 정윤배, 19회 이명한, 19회 유인덕, 33회 정희재, 41회 목영권,
28회 안병건, 26회 성터산악회장 강정석, 31회 성터산악회 총무 문덕화.
31회 권기범이 사진 을 찍었다.
도봉산 입구에섶 아침 식사겸 산행 뒷풀이를 할까 하다,
의정부 31회 이송재 후배가 하고 있는 미산설농탕에 상을 차렸다.
소주 다섯병을 주문하자, 다들 놀란 눈치더니,
왠걸... 연거푸 소주잔이 비어지고, 소주 추가에 추가를 거듭하더니,
훤한 밖을 보고 우리나라도 백야가 되는 것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어본다.
수육과 야채가 어우러진 미산전골.
좀처럼 맛보기 힘든 부위의 미산수육.
이송재사장 와이프께서 손수 끓여 내온 떡만두국.
31회 동기인 권기범 와이프의 조랭이떡국과 함께 새해 최고의 음식이다.
동기들과 일출산행을 마치시고 뒤늦게 합류하신 20회 한진성 총동문회 사무국장님.
2011년 새해 일출을 같이 본 선,후배들.
헤어짐은 언제나 홍익구호화 함께...
그래도 아쉬워 발길이 안떨어진다.
진성형님과 의정부 둘레길을 개발한다고 경기2청사 까지 걷는다.
이것으로 공식적인 2011년 새해 일출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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