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海霧의 誕辰日

오체투지해무 2010. 6. 11. 12:04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는 터라 옆에서 생일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잊어 먹기 일수.

어릴때는 잊어먹고 지난 생일이 억울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머니에게 심통을 부렸던 적도 있었던 듯 하다.

 

나이를 먹을 수록 생일을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줄어든다.

그나마 불초소생의 생일을 기억해주는 분이 두분이나 있다는데 감사에 감사를 거듭한다.

 

어느해에는 생일이라고 혼자 덩그마니 있는 반찬에 찬밥을 먹었는데,

지나고 보니 참 궁상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가끔 나를 괴롭히기 까지 한다.

 

쑥스럽게 생일이라고 밝히는 사람에게는 그 어느때 보다 더 큰 박수로 생일을 축하해주고는 했다.

주변인 중에는 자기 생일만 영악스럽게도 알뜰히 챙겨 먹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잘 살더라.

 

그래서 인지는 모르지만, 어느때 부터인가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생일을 축하 받고 싶어졌다.

물론 생일 축하를 받으려면 주연을 베풀어야 하고, 그 주연이라는 것이 짜장면에 탕수육 하나 시켜놓고 벌려 놓을 수 없는 지라

쌈짓돈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올해 생일은 생각 끝에 몇몇의 친구들에게 문자를 날렸다.

문자로 생일 축하받는 것이야 하는 쪽에서도, 받는 쪽에서도 부담없는 노릇이니.

그래도 생일이라고 축하해달라고 문자 보냈는데 쌩무시 당하면 그것도 참 서먹해지는 일.

꼭 집어 보낸 문자에 딱 절반에게서 생일 축하한다는 답신문자가 왔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혼자 책상머리에 앉아 오늘 생일인데... 오늘 생일인데... 그러다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좋겠다 싶다.

 

저녁 무렵에 혼자 홍대앞이나 신촌가를 나가려도 돌아올 길이 깜깜이다.

요즘들어 혼자 있는 시간을 참 못 견뎌한다.

 

올해는 8명의 지인들에게서 생일축하를 받았으니, 내년에는 16명에게서 생일축하를 받으리라는 목표를 세워본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생일축하 받는 것이 자신의 앞길에 축복이 된단다.

난 앞으로 잘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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