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날이 풀린다는 일기예보만 믿고 가벼운 차림에 시내 나들이를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한시간 여, 종각역에 이르기 까지 차 안의 온기를 느끼기는 커녕
발까지 시려오는 추위에 전시회 관람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
동지가 며칠 전이었고, 섣달 추위는 얄팍한 옷을 뚫고 들어와 아프게 까지하다.
밀자빌딩 뒷길로 해서 인사동 나들이의 첫 발길은 라메르갤러리.
삼층에서는 한국여성사진작가협회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협회 전시회이니 만큼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나름 장르를 나누어 벽면에 설치되어있었고,
그들 중 몇 몇 작품들은 연륜과 관록이 묻어있는 좋은 사진들이다.
선컨템포러리에서는 도예전이 열리고 있어 지나치고 말았는데 웹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꼭 봤어야 할 전시회였던 듯 하다.
때에 따라서 작가의 명성을 몰라도 갤러리의 인지도에 따라 작품의 선호도를 굳이 따지자면
썬컨템포러리도 열에 아홉은 실패하지 않는 전시회를 꾸려 나간다.
그런점에서 인사동 초입에 자리 잡은 상갤러리가 그랬다.
재건축을 하고 상점이 입점 한 뒤 초창기 전시회는 그런데로 괜찮았는데,
갈수록 발품이 아까운 전시회를 보게 될적마다 예전 상갤러리의 전시공간이 그립다.
이날은 청학사라는 노래로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태곤의 크로키작품과 함께
젊은작가100인전이라는 주제로 전시에서 이렇다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래 사진에 있는 작품이다.
사진전문갤러리를 표방하는 아트비트갤러리에서는 작가의 사정으로 전시회가 취소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는 편리함이 있지만, 눈길에서 자꾸 벗어나는 덕원갤러리에서는 각기 개성이 다른 4명 작가들의
조형물이 전시 중이었으나 그닥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건물 2층에 자리한 갤러리 안에서의 시화 작품전은 작지만 아기자기 알차게 꾸며있어
한참이나 작품 앞에서 사진과 시를 감상했다.
몇편의 시는 산고의 진통을 엿볼수 있을 만큼 갈고 딱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몇 장의 사진은 장식장 어디에 두고 싶을 만큼 색감이 예뻤다.
토요일 오후 살갗이 아플 만큼 추운 날씨에도 인사동 거리는 어깨를 피해 갈 만큼 사람이 북적이고,
기름에 튀겨내 무슨 맛인지 모를만큼 먹어 본 지 오래된 옥수수호떡 집앞에는 줄을 서서 기다린다.
공근혜갤러리에서는 캔버스를 벗어나 그림틀까지 그려진 악기를 연주하는 동물들의 익살스러움이 미소 짓게한다.
서호갤러리 박현배의 그림들의 화폭에 담은 많은 생각들,
특히나 아메바를 연상시키는 문양으로 채워진 그림들 중에,
우주와 교감하고 있는 듯한 그림에서는 기의 파동이 느껴진다.
인사아트센타의 앙콜쇼 기획전은 아이들과 함께 둘러봐도 솔깃한 색감의 작품들
이층에 올라가 둘러보다 마치 아기를 안았을 때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김점선의 그림 앞에서
한참이나 발길이 머물다 허락을 얻어 사진에 담았다.
사진에 담은 것은 김점선의 그림이고, 마음에 담은 것은 그윽한 편안함.
얼마전 부터 민가다헌 앞에 열린 그림손갤러리는 빼놓지 않고 들려보는 곳이 되었다.
들어가는 입구도 이제까지 인사동의 전시공간과 특화되어 있고,
작품도 마음에 든다.
경인미술관 입구에 자리잡은 가람갤러리는 소장 중인 작품을 상설전시하고 있는데,
작품의 일관성은 없지만, 작품 하나하나 마다 인상적이어서 꼭 들려본다.
쇼윈도우의 촛불그림이 눈길을 끌어 담아 본 윤갤러리
큐브갤러리는 조형물 전문갤러리인 듯,
두번째 방문인데 두번다 엽기적인 작품들이다.
십여 년 전 쯤 되었을까 사진전문갤러리를 표방하다
선정적인 작품을 전시했다 패쇄에까지 이르렀던 한 갤러리에서 어스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해지고 난 뒤, 산천을 담은 작품이 있었는데 마치 그때 봤던 느낌을 지닌 작품이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 중이다.
그때의 작품들이 삼각대에 고정하고 장노출로 잡았다면,
박진호 개인전 ' 어쩌다 느낀 작은 슬픔이 있을 때'는 손으로 들고 찍어 흔들림이 그대로 살아 있는 사진이다.
작가의 서문에는 함민복의 이야기가 나와 왠지 가슴이 서늘해졌다.
관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의 북쪽
사진의 노쓰페이스(?)
한지에 프린트한 돌과 흔들림과 실루엣이 담긴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토포하우스 2층 계단 stairwell을 보고 여자의 하복부를 연상하고 담았다.
캐논 G3의 오토화이트밸런스 개판효과를 예상한 탓에 만들수 있었던 색감.
그림하는 친구가 고등학교 선배라고 설명했었던 임효의 작품전이 통인갤러리에서 열린단다.
통인에도 갤러리가 있었나 싶었는데, 포스터로 본 그림이지만 빼놓지 말고 봐야 겠다는 생각.
인사아트센타는 인사동 나들이에서 발품 쉬어 가는 곳.
5층 전망대에서 인사동 거리를 내려다 보며 앉아 있다 가곤 했지만,
날이 너무 춥다.
아트사이드 2층 복도에서의 휴식.
추운 날씨 탓인지, 해가 지나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삼청동, 사간동 쪽 갤러리를 발길도 못한채 하루가 저문다.
'오래된사진관 > 전람회의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가람미술관 렘브란트 전시회 (0) | 2009.01.21 |
---|---|
구) 서울역사 국제사진페스티벌 (0) | 2009.01.21 |
한국근대미술걸작전 (0) | 2008.12.27 |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0) | 2007.08.13 |
나우갤러리, 일본의 젊은 눈 (0) | 2007.08.03 |